다들 한 번쯤은 계층으로 구성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맡았던 프로젝트가 그랬다..)
맨 위의 웹계층에서는 요청을 받아 도메인 혹은 비즈니스 계층에 있는 서비스로 요청을 보낸다. 서비스에서는 필요한 비즈니스 로직을 수행하고, 도메인 엔티티의 현재 상태를 조회하거나 변경하기 위해 영속성 계층의 컴포넌트를 호출한다.
사실 계층형 아키텍처는 견고한 아키텍처 패턴이다. 계층을 잘 이해하고 구성한다면 웹계층이나 영속성 계층에 독립적으로 도메인 로직을 작성할 수 있다. 원한다면 도메인 로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웹 계층과 영속성 계층에 사용된 기술을 변경할 수 있다. 기존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잘 만들어진 계층형 아키텍처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변화하는 요구사항과 외부 요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계층형 아키텍처는 코드에 나쁜 습관들이 스며들기 쉽게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프트웨어를 변경하기 어렵고 유지보수하기 힘들게 하는 허점들을 노출한다.
계층형 아키텍처는 데이터베이스 주도 설계를 유도한다
웹 계층은 도메인 계층에 의존하고, 도메인 계층은 영속성 계층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게 된다. 모든 것이 영속성 계층을 토대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방식은 다양한 이유로 문제를 초래한다.
우리가 만드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을 중심으로 모델링한다.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상태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행동이 상태를 바꾸는 주체이기 때문에 행동이 비즈니스를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행동을 기반으로 한 '도메인 로직'이 아닌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아키텍처를 만드는 걸까?
그동안 만들어 본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해 보면 도메인 로직을 먼저 구현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의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메인 로직을 구현했을 것이다. (실제로 Figma를 보고 거기에 쓰인 데이터를 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성하고 개발을 시작했었다.)
이는 전통적인 계층형 아키텍처에서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의존성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방법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도메인 로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중심적인 아키텍처가 만들어진 가장 큰 원인은 ORM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ORM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ORM 프레임워크를 계층형 아키텍처와 결합하면 비즈니스 규칙을 영속성 관점과 섞고 싶은 유혹을 쉽게 받는다.
ORM에 의해 관리되는 엔티티들은 일반적으로 영속성 계층에 둔다. 계층은 아래 방향으로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메인 계층에서는 이러한 엔티티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엔티티에 접근할 수 있다면 분명 사용되기 마련이다.
영속성 코드가 사실상 도메인 코드에 녹아들어 가서 둘 중 하나만 바꾸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유연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던 계층형 아키텍처의 목표와 반대되는 상황이다.
지름길을 택하기 쉬워진다
전통적인 계층형 아키텍처에서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유일한 규칙은 특정 계층에서는 같은 계층에 있는 컴포넌트나 아래에 있는 계층에만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다. 팀에서 정한 규칙이나 개발 도구를 이용해 규칙을 정했을 수도 있지만, 계층형 아키텍처 자체는 위 규칙 외의 다른 규칙을 강제하지 않는다.
규칙을 강제하지 않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지름길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특히 마감이 다가오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과거에도 이와 똑같은 전력이 있었다면 재차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은 훨씬 낮아지기 마련이다.
영속성 계층은 수년에 걸친 개발과 유지보수로 결국 그림과 같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아키텍처의 '지름길 모드'를 끄고 싶다면, 적어도 추가적인 아키텍처 규칙을 강제하지 않는 한 계층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 기본적인 규칙 이외에도 다른 규칙을 강제해 보자. 그리고 여기서 강제한다는 것은 시니어 개발자가 코드 리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빌드가 실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스트하기 어려워진다
계층형 아키텍처를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변화의 형태는 계층을 건너뛰는 것이다. 엔티티의 필드를 단 하나만 조작하면 되는 경우에 웹 계층에서 바로 영속성 계층에 접근하면 도메인 계층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처음 몇 번은 괜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두 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 단 하나의 필드를 조작하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도메인 로직을 웹 계층에 구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 앞으로 유스케이스를 확장하게 된다면 많은 도메인 로직을 웹 계층에 추가해서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 책임이 섞이고 핵심 도메인 로직들이 퍼져나갈 확률이 높다. - 웹 계층 테스트에서 도메인 계층뿐만 아니라 영속성 계층도 모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단위 테스트의 복잡도가 올라간다.
➜ 복잡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테스트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 왜냐하면 복잡한 설정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유스케이스를 숨긴다
실제로 개발자들은 새로운 코드를 짜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기존 코드를 바꾸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적절한 위치를 찾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아키텍처는 코드를 빠르게 탐색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도메인 로직이 여러 계층에 걸쳐 흩어지기 쉽게 되어있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적당한 위치를 찾는 일은 이미 어려워진 상태이다.
심지어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계층형 아키텍처는 도메인 서비스의 '너비'에 관한 규칙을 강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넓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넓은 서비스는 특정 유스케이스를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고도로 특화된 좁은 도메인 서비스가 유스케이스 하나씩만 담당하게 된다면 이런 작업들이 매우 수월해질 것이다. UserService 대신 RegisterUserService처럼 말이다.
동시 작업이 어려워진다
특정 날짜까지 소프트웨어가 완성돼야 한다는 것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직 지연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경영진은 프로젝트에 인원이 더 투입될 경우 확실히 더 빨라진다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아키텍처가 동시 작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계층형 아키텍처는 이런 측면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새로운 유스케이스를 추가한다고 했을 때, 한 명은 웹 계층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고, 다른 한 명은 도메인 계층에 나머지는 영속성 계층에 기능을 추가한다. 계층형 아키텍처에서는 이렇게 작업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영속성 계층 위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영속성 계층을 먼저 개발해야 하고, 그다음에 도메인 계층, 마지막으로 웹 계층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특정 기능은 동시에 한 명의 개발자만 작업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인터페이스를 먼저 같이 정의하고, 각 개발자들이 실제 구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이 인터페이스들로 작업하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데이터베이스 주도 설계를 하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코드에 넓은 서비스가 있다면 서로 다른 기능을 동시에 작업하기가 더욱 어렵다. 서로 다른 유스케이스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되면 같은 서비스를 동시에 편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병합 충돌과 잠재적으로 이전 코드로 되돌려야 하는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지보수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계층형 아키텍처를 만들어봤다면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단점들이 익숙하고, 심지어 다른 단점도 더 겪어봤을 수 있다. 올바르게 구축하고 몇 가지 추가적인 규칙들을 적용하면 계층형 아키텍처는 유지보수하기 매우 쉬워지며 코드를 쉽게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이 계층형 아키텍처는 많은 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용인한다. 엄격한 자기 훈련 없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저하되고 유지보수하기가 어려워지기 쉽다.
계층형 아키텍처를 만들든 다른 아키텍처 스타일로 만들든, 계층형 아키텍처의 함정을 염두에 두면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유지보수하기에 더 쉬운 솔루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들면서 배우는 클린 아키텍처'라는 책을 토대로 정리한 포스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제시 바로 삭제하겠습니다.